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궤적

by tubebell 2009. 4. 15.

사실....
이 포스팅에 올라왔어야 할 사진은
내 친구의 결혼식 사진이었어야 했다.















그 친구는
내 나이 22살 훈련소를 마치고 자대 배치를 받아
전라도 광주로 내려갔을 때 가장 먼저 만난 사람이었다.

나보다 3개월 고참이었던 그는
원래는 그런 성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
군기를 잡는다시고 내게 허풍을 보였던
지금와서 생각하면 꽤나 유치한 면을 지닌 친구였다.

덩치는 나보다도 더 크고
인상도 웬만한 건달 저리가라 할 정도면서도
누구보다 마음이 여리고
실실 웃기를 좋아하는, 알고 보면 무척이나 괜찮은
그런 녀석이었다.

개인적인 사정으로
결혼식보다 애를 먼저 낳아서
이번 결혼식 때 그 아이가 다섯살이란 소식을 들었다.

난 그 친구의 뒤늦은 결혼식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고 싶었고
아무런 부담이나 거리낌 없이, 마치 여행 가는 느낌으로 광주에 다녀 왔다.


친구는 싱글벙글 하면서도
그래도 처음 하는 결혼식이라 그런지
웃는 게 그리 자연스럽지만은 않아 보였다.


올라 오는 길은 때 마침 식목일이라
무척이나 혼잡했고
평상시 4시간이면 지날 거리를
여섯 시간이 넘어서야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.










그로부터 정확하게 일주일 후
그 친구가 전화를 했다.

"그래! 잘 갔다 왔냐?"

전화기 저편에서는
다른 말을 하고 있었다.


"저기... ㅁㅁㅁ씨 아시는 분이시죠?"


예감이 안 좋았다.
왜지? 왜 그녀석의 전화번호로
다른 사람이 전화를 걸었지?

".......네..."

약간 긴장해서 대답하는 내 목소리에
그 사람이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.

"안녕하세요, 저는 ㅁㅁㅁ씨 동생입니다."






















"저희 형이....
 며칠 전에
 사고로........



 죽었습니다."







난 자전거를 타고 한강 둔치를 달리는 중이었는데
너무 놀라 자리에 멈춰 섰다.
앞서 가는 사람을 부를 여유도 없었다.



"뭐......뭐라구요......?"




발을 헛디뎌서 물에 빠져 죽었다고 했다.
신혼여행을 갔다 온 지 하루나 이틀 지났을까.
결혼식 직후였으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연락처가 남아 있었을까.
그 안에 묻혀 있던 내 번호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다.


이럴수가...
너무도 가혹했다.
그 친구에게, 그 친구의 아내에게,
그 친구의 아이와, 남은 가족들에게....

그에게 기쁨을 안겨 주고
며칠 사이에 다시 슬픔으로 이 세상을 마무리하게 한
모든 것들이
가혹하다고 생각했다.










며칠간
그 친구의 생각을 많이 했다.


덩치도 크고 인상도 평범하지 않은,
그러면서도 잘 웃고 생각보다 순진한,
정말 의리있고 내게 항상 먼저 전화를 걸어 엄청나게 떠들어 댔던,
그 무엇보다.. 나에게 그저 아는 사람이 아닌, 좋은 인연이 되었던,












그 친구는
이제
이 세상에





없다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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