내가 이사 온 동네는
내가 태어난 동네였다.
수십년이 흘러 다시 태어난 곳으로 돌아오다니
감회가 새로웠던 기억이 난다.
이 동네의 초입은 아직 재개발이 되지 않았다.
지역주택조합이 설립되어 진행이 되는 듯 했으나
역시나 거주자와의 견해 차이로 진행이 안 되고 있는 듯 하다.
그래서... 그 갈등의 흔적이
초입의 그 동네에는 여기 저기 묻어 있다.
붉은 락카로 진하게 새겨진 '철거 O'라는 글자.
이 곳에 살던 집주인은 빠른 포기를 선택한 것일까
아니면 미련 없이 훌쩍 떠난 것일까.
낡긴 했지만 사람 냄새가 나는 동네였는데
저렇게 글자가 새겨 지니 너무나 우울해 보인다.
한 땐 이 골목도 아름드리 나무가 서 있어서
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는 골목이었을텐데.
아직 길목에서 아이들 뛰어 노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.
이 사거리...
사거리 건너로는 전혀 다른 세상이 열린다.
그리고 그 사거리 위쪽으로는, 아래쪽의 모습이 어떻든
또 그들만의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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