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우포늪으로의 여행. 지난 늦가을의 이야기.

by tubebell 2009. 12. 29.

마음의 짐을 어디에도 놓지 못하던 지난 가을,
난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.

보통때 같았으면 스팸 메일로 바로 버렸을 터인데
그 날 따라 왠지 모를 이끌림으로 편지를 클릭했다.

편지에는 이런 글이 있었다.


아아... 영겁의 시간을 담고 있는 오래된 늪...
자연의 숨결이 살아 있는 곳....

너무나도 매력적인 이끌림에 난 월차를 내고 홀로 여행을 떠났다.

홀로 떠나는 여행이지만, 외롭다는 느낌보단 새롭다는 느낌이 강했다.

중간에 들린 선산휴게소에선 많은 사람들이 일몰을 감상하고 있었다.


버스는 거의 3~4시간 정도를 달려 경상남도 창녕군에 도착하였다.
다른 여행지와는 달리 이 곳은 그야말로 시골의 느낌이 강했다.

아침 일찍 우포늪을 돌아다닐 생각에 열량 보충용으로 초컬릿바와 프링글스, 그리고 생수 한 병을 샀다.
마트가 있다는 사실이 더 놀라울 따름;;;

근처 분식집(식당 찾기도 어려웠다;;;;)에서 밥 먹기 전에 셀카를 찍어보았다;
내게 흔한 행동은 아녔지만.....
여행이 사람을 변하게 한 것일까? :)

역시나.....
경상도 음식은 약간 짭쪼름했다 -_-a
뭐 지역적 특색이니깐....


근처 찜질방(이 찜질방 시설이 너무 안 좋아서.... 사진 다 지워버렸다 -_-;;; 이름도 생각 안 나는데.. 완전 비추;;;)에서
하루를 묵고 다음날 아침 5시 경에 택시를 타고 우포늪으로 이동했다.


도착한 시각은 대략 5시 30분쯤이었는데.... 내가 유일한 사람이었다. -_-;

점점 날이 밝아오기 시작했고....
나는 조금씩 우포늪의 모습을 관람할 수 있었다.


아.... 이런 것이 늪이구나....
그냥 발 담그면 풍덩 빠지는, 그런 것을 늪이라 부르는 것이 아니라
습지, 그러니까 물이 고인 상태에서 생태 환경을 이루고 있는 곳을 늪이라 부르고 있었다.
우포늪처럼 거대한 습지는 전세계적으로도 많지 않다고 한다.

난 본격적으로 우포를 걸어보기로 했다.
(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, 우포늪은 엄청나게 컸고
돌아다니는 데만 총 5시간이 걸렸다




날이 화창하지 않은 것은 조금 유감이었지만.... 안개가 낀 우포늪의 모습은 나름대로의 운치가 있었다.


갈대는 언제 봐도 기분이 좋다. :)
아니... 억새인가? 늘 헷갈린다. @.@

흐린 하늘 사이로 해가 조금씩 떠오르고 있었다.


길이 생각보다 잘 다듬어져 있었고
난 누군가가 내어 놓은 길을 따라 한없이 걷고, 또 걸었다.




어느 정도 걷다 보니 마을과 마을 사이를 관통하는 길이 있었다.

그곳도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사람 사는 곳이라
사람들이 생업에 종사하고 있었다.

왠지 모를 반가움과... 정겨움이 느껴졌다.

늪의 색채는 실제로 보면 굉장히 묘한 느낌이다.
탁한 듯 하면서도 영롱하고... 그러면서도 깊이를 가늠하기 힘들다.


걷고, 또 걷는다..


수천마리의 오리, 거위떼가 보였다.
저들은 또 삶을 찾아 어디론가 힘차게 날아갈 것이다.

이정표가 있었는데... 생각처럼 도움이 많이 되지는 않는다.
그냥... 이렇게 돌아다녀야겠다, 하는 정도?
(중간에 길을 찾기 어려운 곳도 있다;;;)

역시나.. 흔치 않은 셀카질;;;


내 허기를 달래주고 기운을 되찾아준 프링글스 어니언 ㅋㅋㅋㅋ



물속에 몸을 반쯤 담근 나무들이 참 좋았다.
물가에서 쉬고 있는 듯한 인상이었다.

또 걷고 또 걸었다...





오지(?)를 탐험하느라 험한 꼴을 당한 내 신발;;;; ㅋㅋ





우포늪에 가면 누구나 찍는다는 뱃사공.
찍사의 능력으로 인해 볼품 없는 한 컷만을 건졌다. ㅠ.ㅠ

우포늪 근처에는 오래 된, 고풍스러운 집들이 많았다...







가을답게 과실이 영글어가고 있었다.


다섯 시간을 걸어다니면서... 자연의 기운을 한껏 들이마신 기분이었다.
오랜 시간의 연륜을 조금이나마 배운 느낌이 들어 좀 더 성숙해진 기분마저 들었던 여행길이었다.


창녕읍에서의 마지막은, 계란 부침이 올라가 있는 특이한 짜장면이었다...

역시나...짰다 -_-;;;



집에 돌아와 찍은 사진.
내가 여행길에 함께 했던 것은 카메라와 삼각대를 제외하곤 저 것들이 전부였다.

하지만, 많은 준비를 하지 않아도, 근사한 볼거리가 없어도
어디를 가느냐에 따라 얻는 것이 참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.

내가 살아온 삶에 비해 어마어마한 시간을 견뎌 온 그 곳.
그 곳에서의 하루를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.





덧붙임 : 우포늪을 여행할 때 도움이 될 자료 몇가지를 올린다.
우선 SLRclub(http://www.slrclub.com)에서 활동중이신 5dtank님의 우포늪 촬영도감 지도가 큰 도움이 되었다.
정말 감사드린다.

다운받아 쓰시기 바랍니다.


우포늪에 대한 정보는 공식 홈페이지(http://www.upo.or.kr)에서도 많이 얻을 수 있다. :)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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